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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레퀴엠
로스엔젤레스라는 장소는 스릴러나 추리소설에서 가장 많이 배경이 되곤 하는 장소이다. 그만큼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사건의 빈도수도 높고 꽤 중대한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해리 보쉬 시리즈 또한 그곳을 배경으로 한 사건들이 많다. 그런만큼 재미나 흥미면에서는 믿을수 있다는 소리도 되겠다.
로버트 크레이스. 낯설지 않은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을 읽었었는지 궁금했다. [데몰리션엔젤]이라는 소설을 읽은적이 있다. 이 책은 그 책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게 된다. 같은 작가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읽히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몇문장 읽지 않아도 이 책은 누구의 책이다 하고 한번에 맞출수 있는 책들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미비포유]의 조조모예스나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의 리안모리아티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로버트 크레이스는 전자에 속하는 작가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스릴러라는 같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읽은 두권의 책은 판이하게 다른 느낌이 든다. 일단 폭탄을 소재로 사용해서 큰 스케일이 퍼져가는 데몰리션 엔젤의 경우와 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그를 끝까지 한께점까지 밀어붙이는 이 책과는 아무래도 많이 다른 점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처음에 더욱 감지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스릴러이긴 하지만 약간은 하드보일드에 더 가까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다. 그것은 아마도 전직경찰이었다가 지금은 탐정일을 하고 있는 조 파이크라는 주인공때문일수도 있겠다.
그는 경찰이었다. 경찰이었으며 훌륭하게 그 직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작전을 나간 후 동료를 살해한 경찰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단 둘이 아동성추행범과 마주한 그곳. 호텔방에서 벌어진 사건. 그 누구도 사건의 진실은 알지 못한다. 모든 다른 경찰은 그가 범인을 감싸주려다가 같은 경찰을 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경찰이라는 직업은 그 누구보다도 동료의식이 강한 집단이다. 영화에서나 책에서나 그러한 그룹으로 묘사가 되어있다. 그 동료의식이 얼마나 끈끈한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해서 실질적으로 느끼는 것은 없지만 경찰이나 소방관처럼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해야 하는 직업군의 경우 다른 직업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유대감이 생길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는 있겠다. 그런 그룹에서 밀려난 지금 그는 엘비스 콜이라는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탐정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 그들에게 맡겨진 일은 사람을 찾는 것이다. 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건에 착수한 그들. 어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딸은 서른이 넘은 성인이었다. 이런 경우 경찰에 신고를 해도 성인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인 것이라 생각하고 금방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협박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딸이 항상 같은 루틴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걱정한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직감적으로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 경찰을 대신해서 그들을 부른 것이다. 그들은 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조와 예전에 사귀는 사이였던 딸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단순히 하나의 실종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실종이 죽음으로 이어지고 그 죽음이 하나가 아닌 연달아서 일어남으로 인해서 한층 더 복잡해진 사건의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사건들은 그저 단순하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에 연계되어서 개인사까지 참견을 하게 된다. 개인과 공공성 그리고 죽음앞에서 이들은 어떤 수사방향을 잡고 일을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일을 하는 탐정과 공적으로 일을 하는 경찰과의 마찰 또한 끊임없이 엿보인다.
위험앞에서 자신의 목숨을 드러내놓고 일을 하는 조 파이프의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다른 시리즈물의 형사들의 모습을 비교해보게 된다. 그들보다 훨씬 더 말이 없고 약간은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는 조는 비슷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았다. 약간은 측은하기까지 한 주인공의 모습은 그를 도와주고 싶게만 만들어버린다. 이 두콤비는 다음에는 어떤 사건을 가지고 찾아올까.
기꺼이 죽이다
[658, 우연히]는 정말 우연히 손에 들어와서 읽었고 [악녀를 위한 밤]은 정말 가공할만한 두께에 놀라서 궁금해서 읽었고 그러다보니 다 읽어버린 존 버든의 거니 시리즈. 벌써 세번째 이야기이니만큼 적응이 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퍽퍽함에 놀랐다. 하드보일드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면 더욱 좋을 스릴러이다.
10년전의 사건을 추적한다. 연쇄살인이긴 했지만 결국 범인이 잡히지 않고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남아버린 이야기. 그런 콜드케이스를 파헤쳐간다. 오래된 사건위에 새로운 사건이 쌓인다. 옛사건은 새로운 사건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새사건을 해결하면 옛사건의 범인도 찾을수가 있을까. 별개의 사건인듯 보이지만 이 두가지의 사건은 극히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일에 빠져버린 거니는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이 사건을 해결할까.
우연하게 직전 읽었던 [LA레퀴엠]에서도 주인공은 전직 경찰이었고 이 작품의 주인공 거니 또한 전직 경찰이다. 스릴러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경찰이나 형사인 경우와 별도로 사건을 해결하는 사립탐정의 경우로 나누어진다. 경찰이었다가 독립적으로 분리가 된 전직경찰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캐릭터이기는 하다.
지금 거니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하다. 외상후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간은 무기력한 증세도 보이고 있다. 그것이 아내 매들린은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자신이 모든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는 법.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전화가 한통 걸려온다. 자신의 딸인 킴의 일을 도와달라는 코니의 전화. 킴은 10년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을 인터뷰해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프로젝트를 작성했는데 그것이 방송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자문 역할로 시작되었던 거니의 역할은 킴이 그를 하루 고용함으로 더욱 이 사건에 발을 담그게 된다. 더군다나 킴의 주변에서 자꾸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일은 그로 하여금 친구의 딸인 킴을 더욱 걱정하게 만든다. 결국 그는 이 사건에 몸소 뛰어들어 진두지휘하기에 이른다. 물론 경찰의 입장에서는 하나 좋을 것 없으며 눈에 가시처럼 보일 뿐이다.
조직에 속해있는 자들과 조직을 벗어난 자들의 신경질적인 싸움은 여전하다. 그들은 왜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으르렁 대는 것일까. 여기서도 예외는 있으니 반장은 거니를 인정해주고 그를 도와주고 정보 또한 교환해준다. 서로가 힘을 합해 범인을 잡는데 '협동'만큼 더한 시너지가 있으랴.
그저 단순히 10년전의 사건만 쫓아가고 킴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초점을 맞추어서 쫓아가던 이야기는 반 이상이 지나서 소위 자신이 착한 양치기라고 불리는 자가 사건을 저지르면서 본격적으로 위협이 다가온다. 슬슬 스릴이 느껴지는 타이밍이다. 한번 흐름을 타면 정신없이 날아갈 수 있으니 그 전에 안전벨트를 잘 매어둘 것. 존 버든의 스타일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면 더욱 감칠맛 나게 읽혀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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