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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선한 이웃, 샤를로트의 우울

몽고매리호 2023. 11. 18. 18:01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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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한 이웃

    한 편의 연극이 끝났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불꺼진 객석에 앉아 본 일이 있을까. 관객들은 저마다 빠져나가기 바쁘지만 배우들은 자신들이 혼신을 다해서 쏟아부은 그 연극이 끝나고 난 후 약간은 허탈함마저도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인생도 한 편의 연극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영화처럼 되풀이해서 상영을 할 수도 없는 단 한번뿐인 일회로 끝나버리는 연극.

     

    80년대를 생각하면 매캐하게 뿜어져 나오던 최루탄 가스가 먼저 생각이 난다. 그 시절을 살아본 사람들중에 한번도 그런 냄새를 맡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위 대학가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퍼져나왔었다. 그중에서도 문학이나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공연을 통해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려고 애썼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잡혀가기도 했었다. 그 당시에 대학생이었다면 내가 할수 있는 무언가 다른 일이 있었을까?

     

    정권에 대해서 반대를 외치는 사람이 있다. 최민석이라는 이름의 그를 기준은 쫓고 있다. 그를 꼭 잡아야만 한다. 위에서 내려오는 모든 정보들은 입수 되었고 이제 그를 체포하러 가기만 하면 된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손에 잡힌 모래처럼, 신기루처럼, 허상인가 싶게 그는 또  빠져나갔다. 기준은 문책되었다.

     

    자신만의 연극을 만들고 싶어하는 태주, 줄리어스 시저라는 제목의 연극을 올렸다. 사전검열이 있던 시절 지금보다는 훨씬 더 까다로왔다. 우여곡절끝에 올리게 된 연극. 뿌듯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마지막 공연을 올리기 전까지는. 마지막 공연에서 단 한 단어를 바꿨을 뿐인데 그를 비롯한 모든 극단 사람들은 연행되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생이 다 다르다. 살아온 인생 이야기 어디 하나 똑같은 사람이 있을까. 다르게 살았으니 인생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함을 엮어내며 그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기준과 태주를 비롯한 이 글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저마다 자신들의 삶을 충실히 이행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만들어 준 대본에 의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의, 자신이 원하는 그러한 공연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완벽하게 짜여진 세트상에서의 연기와는 다르게 '인생'이라는 배경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의 인생 연기는 어떠하게 펼쳐질 것인가.

     

    작가는 오래전 이야기를 써두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묻어두었다고 했다. 그후 수정작업을 거쳐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이야기라고 했다. 분명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시점과 비교해서 별다를 것 같지 않은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씁쓸함을 나아낸다. 그때 당시와 비교해서 매캐하게 눈물을 뿌려댔던 최루탄 가스의 냄새는 없지만 그보다 더 독한 '현실살이의 힘듦'이라는 가스속에서 우리는 중독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샤를로트의 우울

    잠이 안온다. 시간을 확인한다. 새벽3시가 넘어간다. 오늘도 이렇게 밤을 새우는가보다. 샤를로트가 있었다면 하고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샤를 엄마처럼 쉽게 잠이 들수 있었을까?

    '애완동물'이라고 하는 단어가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로 바뀐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반려동물. 함께 생활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핵가족화가 이루어지다 못해 일인가구가 늘어나고 고독사가 증가하는 시대에 함께 할 수 있는 동물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끔 된다.

     

    어린 시절 아주 큰 개에게 쫓겨 도망가다가 스타킹도 찢어먹고 넘어졌던 기억이 있다.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개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무서워하던 것에서 요즘은 그냥 봐줄만하가고 생각하니 다행이려나. 아직도 큰 개는 곁에 가지 않고 멀리서 보이면 돌아간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샤를로트는 아주 큰 개이다. 전직 경찰견. 당연 무섭게도 생겼다. 마스미도 큰 개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 봤을 때부터 '이쁜 여자애'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동반자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던가.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힘들어하던 이 커플에게 샤를은 딱 맞는 반려가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샤를로트가 들어오고 나서 부부의 일상은 변했다. 고양이는 그냥 두어도 되지만 개는 반드시 산책을 시켜줘야 한단다. 그것도 큰 개일수록 더욱 오랜시간을 말이다. 부부는 아침저녁으로 번갈아 가면서 샤를로트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실컷 뛰어놀라고 개들이 놀수 있는 파크를 찾아서 주말이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샤를로트가 생기면서 다른 반려견들이 데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다른 인간관계를 만들어낸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친구를 만나고 학교를 가면 그 아이들로 인해서 새롭게 생겨나는 엄마들의 관계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전직 경찰견답게 샤를로트는 훌륭하게 그리고 똑똑하게 자신의 몫을 해낸다.

     

    좀처럼 잘 짖지는 않지만 무슨일이 생기면 반드시 짖어서 알려준다. 똑똑하기 그지없다. 분명 무섭게 생겼지만 말도 잘 알아들을 것이다. 살짝 호기심이 발돌하기도 한다. 큰 개라도 이 정도면 무섭지 않을가? 샤를로트와 같은 종의 개 사진을 찾아본다.

     

    아니다. 잘못 생각했다. 역시나 무섭다. 평생을 두고 개무서움증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런 개와 함께 잔다는 생각만 해도 무섭긴 한데 역시 샤를로트의 주인은 다른 것일까. 불면증 때문에 고민하던 마스미는 아이가 생기면 아이와 샤를로트를 함께 두지 않기 위해 오지 못하게 했던 2층으로  샤를로트를 데리고 와 함께 자는 것을 한번 시도해보기로 한다. 결과는 물론 대성공.

     

    샤를로트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일상의 일들을 잔잔하니 그려두었다. 샤를로트가 다른 개들을 만나면서 생기는 이야기나 산책을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 또는 샤를로트를 좋아하는 꼬마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샤를로트처럼 큰 반려견을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수 있겠고 작은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집이라 해도 같은 개를 키운다는 입장에서 더욱 재미나게 읽을수 있겠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들만 보고서는 혹해서 나도 반려동물을 키워볼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말리고 싶다. 책에서는 좋고 재미난 이야기들만 나오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책임과 의무가 많이 따르는 일이다. 샤를로트처럼 큰 개일수록 대소변을 치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훈련을 잘 받았다 하더라도 개들이 변기에 올라가 스스로 볼일을 보지는 않을 것이고 산책을 할때면 반드시 준비를 해서 직접 치워야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마스미와 고스케는 한번 뛰어 놀았던 샤를로트를 씻기기 위해서 물범벅이 되면서 땀을 흘리며 씻겼다. 그런 일들까지도 모두 기쁜 마음으로 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것이다. 단순히 그들이 주는 재미와 기쁨만 생각하고 덤볐다는 후회로 유기견을 만들어 버릴수도 있는 일이니 부디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물론 그들이 주는 기쁨이 더 크다면 함께 살아가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기는 할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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