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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1
네르비족, 트레베리족, 벨가이족, 게르만족, 레미족, 아이우디족, 세노네스족, 카르누테스족, 트라보키족, 수에비족... 이루 말할수 없이 많은 부족들의 대행진이다. 끊임없이 나오는 부족들의 이름에 지칠법도 하건만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몇 중요한 부족들을 빼고는 다 한번씩 눈길만 주고 넘어가도 되므로 말이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시리즈의 제5부인 [카이사르]이다. 전 3권으로 구성된 카이사르는 4부인 [카이사르의 여자들]로부터 5년후 그가 두 갈리아 및 프로빙키아와 일리리쿰의 총독인 상황에서 시작된다. 그가 원정을 나간 사이에 도착한 한통의 편지. 로마의 일인자이자 카이사르의 사위인 폼페이우스로부터 온 편지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기다려야 할 편지겠지만 통신참모부 소속 트레바티우스는 직접 편지를 들고 가고 있다. 로마에서 온 이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까.
카이사르의 여자들, 풀입관, 로마의 일인자, 포르투나의 선택 등 5부가 시작되기 전에 나온 1-4부까지의 이야기들을 읽어준다면 훨씬 더 쉽게 받아들여질 이야기이지만 앞의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카이사르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도 무리가 없다. 나 또한 그렇게 읽기 시작했으므로. 한편의 소설을 역사서처럼 읽어내려간다.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면서. 그래야만 더욱 재미나게 읽을수 있는 책이다.
콜린매컬로라는 작가가 낯설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가시나무새]의 작가라고 하면 쉽게 누군지 알수 있다. 영미권에서는 역사소설가로 명성이 나 있다는데 아마도 이 [마스터스오브 로마] 시리즈가 그 명성을 대신해주는 듯 하다. 그만큼 대작이고 방대하며 웅장한 느낌마저 주는 작품들이다. 한번 손에 잡으면 로마를 비롯한 그 당시 세계로 타임슬립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 작가는 독자가 작품속에서 살아서 움직이이고 자신의 주인공들과 더불어 그곳에서 함께 있도록 잡아 당기는 마법과도 같은 필력을 발휘했다. 대단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수밖에 없다.
카이사르는 이미 이 시점에서 그는 로마의 속주를 여러 곳으로 늘렸고 그들로부터 돈을 받아 로마의 재정확립에 기여를 했으며 높은 사람으로써 거들먹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동할 때도 그들과 같이 걷는 등 위아래 사람들 가릴 것 없이 인정을 받는 그러한 사람이었다. 다음의 비유 또한 그의 명철함과 유능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준다.
그는 유능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동양사람들이 4라는 숫자를 싫어하는 것처럼 서양 사람들은 13이라는 숫자를 싫어한다. 더군다나 13군단이 이미 패배를 했다면 그 다음에는 열세번째 군단을 만들기조차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3이라는 숫자를 건너뛰고 14군단을 만들어 봐야 그들은 자기네들이 열세번째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렇게 행동활 것이라는 꿰뚫어 본 그는 아예 정면돌파를 선택한다. 다시 13군대를 만들어서 자신이 직접 1년동안 통솔하고 다니면서 그들의 실력을 키워놓겠다는 것이다. 승승장구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들의 인식이 바뀔 거라는 것이다. 그의 대범함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카이사르는 무력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들지 않았다. 게르만족을 제외한 나머지 부족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을 보면 그들의 대부분은 로마편을 들었으니 개중에는 저렇게 게르만족의 편을 든 부족장도 있었다. 그의 말도 일리는 있는 법이다. 은밀한 공격과 노골적인 공격. 아예 대 놓고 드러내는 사람들은 그리 어렵지 않은 법이다. 분명 로마의 무서움을 알기에 저리 말했을 것이다. 그 배경에는 역시 카이사르가 있다.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골고루 인정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해내는 사람이 카.이.사.르.다. 그는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히 생각했고 자신의 가족처럼 여겼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이 가족들에게는 잘할 수 없었지만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왔을 때 그가 취한 행동을 보면 그가 얼마나 가족들을 사랑했는지를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다. 또한 용맹한 맹장이었고 지헤로운 군주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노리는 사람은 많았을 것이고 호시탐탐 그를 몰아내려고 했을 것이다. 길리아 정복은 끝이 났지만 로마에서는 오히려 더 복잡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의 사위였던 폼페이우스마저도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반대편으로 돌아선 이 시점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어떤 전략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까. 인간적이면서 뛰어난 지략을 가진 그의 결정을 믿고 지지하게 된다.
법정 행복은 간장밥
앞표지와 뒷표지가 법정스님이 하고픈 말을 다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다. 특히 뒷표지의 글, 제일 앞장에도 실린 글은 두고두고 곱씹어 생각해보게 된다. 갓지은 밥에 참기름 몇방울 그리고 간장 넣어 비빈 밥, 그 밥이 참 맛있다고 한 법정스님의 모습이 연상되어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기도 한다. 이 밥 위에 달걀프라이라도 덮여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리라.
그가 떠난지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글을 읽으면서 생전에 그가 하던 말을 기억하고 다시 생각하고 마음속에 기억하게 된다. 스님이었지만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이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얻지 않았을까.
실제로 법정스님은 이해인 수녀님과 편지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눌만큼 많은 친분이 있었다. 이 책에도 실린 짧은 편지글을 통해서 그들의 우정을 지켜볼 수 있다. 법정스님은 떠나셨지만 이해인 수녀님이 계셔서 아직까지는 좋은 글을 읽을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2장의 인간법정을 통해서는 스님이시면서도 인간일수 밖에 없었던 모습을 볼수 있어서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 우러러 보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스님도 나와 같은 사람이었구나 하는 공감이 느껴져서 좋았달까. 서신들도 여기에서 볼 수 있고 인도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느낀 점을 짤막하게 늘어놓은 것에서는 인도여행에 대한 바람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키게 했다. 언젠가는 꼭 다녀와아겠다는 결심을 하게도 되고.
책을 펴면 전반적으로 옅은 푸른빛을 느낄 수 있다. 모노 작가의 그림으로 채워진 이 책은 책을 잡고 후루룩 넘기면 푸른 하늘을 느낄 수 있고 중간중간 빈 하얀 공간은 하늘에 띄워진 구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날이 아주 쨍쨍해서 눈도 뜰 수 없는 그런 하늘이 아니라 적당한 구름이 하늘과 함께 조화롭게 어울리는 그런 날 좋은 하늘. 날이 좋아서 나는 이 책을 밖으로 가지고 가서 읽었노라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날.
특히 이 책은 빈 공간이 많다. 빽빽하지 않게 편집함으로써 독자들이 따라서 글을 써 볼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짧은 글을 따라서 쓰면서 그 글자에 담겨있는 의미를 파악하게 되고 그 글을 썼을 때 스님의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스님방에 쇳덩이가 있는 것은 상상할수도 없다며 평소에도 만년필로 글을 쓰셨던 스님.
볼펜은 너무 빨리 굴러가서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담을 수 없다면서 만년필로 쓰셨다고 한다. 그 스님의 모습을 닮아 만년필로 하나하나 정성을 담아서 써보는 것도 좋겠다. 4장에는 스님이 즐겨 읽으신 경전에 읽는 글들을 추려 엮었다. 차분히 따라 쓴다면 이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좋은 방법을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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