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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일간의 엄마

    이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책 한 권, [국화꽃향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다. 그 사실을 알고 기뻐하기도 잠시 곧 엄마가 될 여자는 자신의 병을 알게 된다. 병명만 다를뿐 비슷한 행보를 쫓아가고 있는 이야기. 소설속의 이야기와 실제의 이야기라는 점만 다를뿐이다. 소설속의 이야기는 물론 감동적이고 슬프지만 이야기가 아닌 현실은 그보다 더욱 가슴 아프다.

     

    번역가를 펑펑 울렸다고 했던가. 이미 익히 아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감정이 메말라서 그런지 조금은 덜 슬펐다. 현실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슬프기보다는,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가슴이 아팠다. 이 사람에게 닥친 불행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남겨진 아버지와 아기는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분명 엄마였던 아니였던 그녀가 있었으므로 말이다.

     

    '시미켄'이라는 별명으로 익숙한 저자는 방송인이다. 스타일리스트였던 나오와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나오. 그녀는 저자인 켄에게 딱 맞는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더할나위 없이 잘 맞춰주었던 그녀. 그녀를 처음 봤을 떄 확 끌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맞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가 자신의 짝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면 얼굴을 보지 않던가. 책을 볼 때도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책표지이다. 출판사에서는 여러 시안을 제시해 놓고 책의 이야기와 가장 잘 맞는 표지를 택하기 위해서 설문조사를 하기도 한다.

     

    이 책의 표지는 그녀, 나오다. 나오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 켄이 직접 찍은 것이다. 그녀가 아이를 낳고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던 그때 그는 아이와 셋이 떠나는 여행을 계획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갈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그 날, 딱 컨디션이 좋아진 그녀와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갈수가 있었던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셋의 여행. 그녀의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을 때라고 했지만 표지의 사진의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전혀 환자같지가 않다. 자신 혼자 설 힘도 없었을 그녀에게 아이를 안는 것은 무리였겠지만 그녀는 전혀 부담없이 언제나 아이를 안아본 엄마처럼 아이를 안고 있다. 눈을 감은 채 자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아이의 얼굴도 평온하다. 사람은 가고 사진만 남았다. 그는 이 사진을 보면서 또 얼마나 울음을 삼켜야만 했을까.

     

    책을 읽을때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표지를 보면서 고였다. 그리고 서평을 쓰면서 흘렀다. 떠난 사람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이 안타까웠다. 엄마 없이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할 그가 삼켜야 할 슬픔이 느껴져서 또 슬펐다. '살아남의 자의 슬픔'이라고 했던가, 난 떠나버린 사람이 아닌 남겨진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그저 그렇게 슬펐다.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망고... 달달하고 노오란 속살을 가진 과일. 즙이 많아 달달한 맛이 오래도록 감도는 과일. 동남아시아에서 흔한 과일이며 싸고 과일뿐 아니라 익지 않은 망고는 반찬으로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랗게 익은 것을 먹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푸른 것을 먹는다고 하니 무슨 맛일까 하지만 입맛은 나라별로 다른 법이다.

     

    전반적으로 망고의 노란색이 연상되어 지는 작품. 노란색이 비치지만 망고의 달콤한 보다는 왠지 모르게 익지 않은 초록색 망고의 딱딱함이 느껴지는 작품. 작가는 어떤 의도로 '망고스퀘어'라는 장소를 선택한 것일까. 검색을 해본다. 망고스퀘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세부에 있는 광장.  망고광장쯤으로 해석하면 될까.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면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 우리나라의 서울광장쯤으로 생각하면 맞을까.

     

    오늘도 이곳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놓아둔 가방을 보며 기회는 노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 하퍼다. 한국인 아버지 필리핀인 엄마. 아버지는 죽고 엄마는 재혼해서 일본행. 결국 나혼자 여기 남았다. 별달리 할수 있는 일은 없다. 사람들의 가방도 뒤지고 불법으로 영상을 다운받아서 그것을 다시 올리기도 하고 마약배달도 하지만 그것이 꼭 '코피노'이기 때문은 아니다. 코피노족이라는 이름부터가 이들을 차별하는 말이 아닐까. 굳이 코피노족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도 않고 흔히들 생각하는 다큐에 나오는 그런 코피노들과는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하퍼다.

     

    하퍼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어리다면 어린나이에 부모없이 혼자서 성장하고 있는 그는 결코 쉬운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차분히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린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모두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는 듯이 보이지만 그 또한 다른 삶을 살아가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이 꼭 불행하다고만은 할수 없다.

     

    하퍼가 하고 있는 있는 일이 합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수 있다. 자신의 불법을 덮어두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 하는 하퍼. 그는 '베렌'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결국 그녀를 엄마가 계신 일본에서 만나게 된다. 일본과 필리핀. 여려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 닮은 점이 없는 듯 있다.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세부가 아닌 일본에서 베렌을 만난 하퍼는 어떤 결심을 하게 될까.

     

    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도 일지도 모른다. 바다의 파도. 그 파도가 큰 쓰나미가 되어 넘어온다면 한 나라 자체가 위험해지는 것은 아닐까. 내내  '파도'가 찰싹거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쓰나미'가 되어 하퍼와 베렌을 덮칠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앞길에 축복을 빌며.

     

    달콤한 인생

    빠른 속도감, 정신없이 펼쳐지는 전개. 쉴새없이 몰아치는 감정들, 제때에 치고 빠지는 등장인물들. 이 모든 것은 책을 읽는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서 쓴 첫 이야기.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 어디선가 본 듯한 플롯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엄지를 들어줄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세다, 독하다, 자극적이다 그런 표현들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욕심, 배신, 청부, 외도, 정치.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양념에 버무린 김장김치처럼 톡쏘는 맛을 내뿜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이야기는 이 이야기를 진정 영화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난 변호사였다. 박상우. 큰 집으로 했고 아이도 가졌고 앞으로 더 잘나가는 일만 남은 그런 앞길 탄탄한 변호사였다. 단지 더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가 아내 몰래 숨겨 놓은 비밀은 무엇일까. 아내 또한 그에게 감추고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서로간에 비밀이 생김으로 인해서 이 비극은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다.

     

    자신의 비밀을 감추고 싶어서 우연히 저지르게 된 사건. 그 사건을 덮기 위해서 시작한 일의 끝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그도 몰랐을 것이다. 그가 알았다면, 그랬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꿈꾸던 완전범죄는 가능할 것인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엃혔다고 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관계는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박상우가 저지른 일. 그것을 목격한 누군가 나타나고 그의 뒤를 이어 다시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서로의 뒤를 몰고 물리는 관계가 계속해서 성립한다. 그 꼬리의 끝은 누구일까. 이 물고 물리는 사슬의 끝은 누가 잘라줄 것인가.

    끈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로 인해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단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다. 긴장감을 늦추는 순간 당신은 어디에서 멈춰서 있을지 모르게 된다. 사건의 끝을 향해 달려야만 한다. 자신이 저지른 사건의 변호를 맡은 박상우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모든 것을 완전히 묻어 버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수 있을까. 그렇게도 바라던 달콤한 인생은 과연 그의 몫이었을까.

     

    욕심이 과하면 죄를 낳는다고 했던가. 그의 인생은 그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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