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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우걸 3
봄부터 여름까지 장장 6개월을 거쳐서 살인사건은 계속 지속되었다. 이쯤 되면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나 그를 쫓는 사람이나 지치게 마련인데 예아네테는 자신의 가정을 버리면서까지 이 일에 매달렸다. 그녀가 바라는 마지막은 어떤 것일까.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이 모든 사건의 귀결점이라는 것이 있을까.
한동안 마지막권을 읽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정리를 하게 되었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읽을때도 방대한 분량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헷갈렸지만 가계도가 있어서 그런대로 이해했는데 이번에는 더이상 견딜수 없어서 결국은 나만의 표를 작성했다. 주인공들 이름을 풀네임으로 적고 누가 누굴 죽인건지 이 사람들간은 어떤 관계인지 도식으로 만들어 놓고 나니 그제서야 조금 숨이 쉬어졌다.
소피아의 여러인격들이다. 그녀는 '빅토리아'로 살아왔지만 상담사 소피아를 만나고 그 이후로 '소피아'의 이름을 빌려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살았다. 그랬기 때문에 그녀 자신이 버티고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그녀가 선택한 제2의 인생이 상담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녀는 소멸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자살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정신분열은 아주 어렸을 때 잠재되어 있던 인격이 드러난다고 한다. 한 인격이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다른 인격은 숙주가 되어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빅토리아가 활동할 때 있었던 일을 소피아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 그 예이다. 실제로도 이렇게 사람이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소설속에서만 등장하는 일이기를 바라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중에 진정으로 그 사람의 모습이 아닌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섬짓해진다.
처음 시리즈를 시작할 때부터 궁금했던 크로우걸의 정체. 까마귀소녀는 그 전에도 빅토리아의 내면에 있었지만 이름 없는 그림자에 가까왔고 그녀는 소녀가 자신의 인격들 중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한다. 까마귀 소녀는 외상에 대한 즉각적인 스테트레스 반응이었다. 간질성 장애가 나타는 것을 어려서 너무 몰랐기 때문에 자신의 속에 낯선 존재가 있는 것으로 잘못 해석했던 것이다. 그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녀는.
소피아가 크로우걸의 정체를 찾고 빅토리아였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연속되었던 살인사건의 정체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들간의 연결되었던 관계들이 드러나고 이때까지 몸을 숨기고 있었던 진범의 정체도 드러난다. 이 모든 것은 6개월간에 이루어졌지만 어떻게 되던 한 사람의 평생에 걸쳐서 일어난 일이 아닌가.
당사자는 둘째치고 그 때문에 희생당한 수십명의 아이들의 목숨의 값은 어찌 갚을 것인가. 이야기가 끝이 나고 정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함은 여전히 명치끝에 남아있다. 확 뚫어줄 사이다가 필요하다.
양춘단 대학 탐방기
대학... 실업자 네 명 중 세 명이 대학졸업자라고 한다. 방금 본 헤드라인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출세길은 둘째치고 입사만큼은 쉽게 될 수 있었던 예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대학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예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너무나많은 대학이 난립한 것도, 학생수에 비해서 대학이 많은 것도, 누구나 다 일단 대학을 나와야한다는 고정관념도 문제가 된다.
왜 우리는 꼭 대학을 나와야만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된 걸까. 그것은 아마도 학벌을 중요시하는 한국사람들의 특성때문이 아니었을까. 독일같은 나라는 고등학교때부터 정말 공부할 사람들만 대학을 가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저문적으로 다른 길을 찾는데 말이다. 제도가 문제인걸까.
양춘단 할머니, 양춘단씨, 양춘단님, 양춘단여사님, 아니 그냥 양.춘.단. 여기 그런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이 있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위로는 오빠 둘에, 밑으로는 자신이 봐야 할 동생 둘에 결국 공부는 제대로 해 본적도 없다. 그녀는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다. 석공의 딸로 태어나 농부의 아내로 살아왔지만 이제 어떻게 해서라도 대학에 가게 된 기회를 버릴수는 없다. 그녀는 자신이 마치 학생인냥 매일같이 가방을 둘러매고 학교로 출근을 한다. 그녀는 진정으로 바라는 이상이란 무엇일까.
페이지수에 놀라고 내용에 한번 더 놀랐던 책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작가의 또 다른 책을 읽었다. 첫작품이 주는 인상이 워낙 센편이어서 다른 책이 눈에 들어올까 했지만 이 작가, 글 잘 쓰는 것만은 인정. 소재 뽑아내는 솜씨도 인정. 매끄럽게 잘 읽히는 감도 인정. 젊은 작가가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 싶다.
양춘단은 그저 그렇게 계속 학교를 다닐수 있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신과 항상 같이 밥을 나눠먹는 강사, 자신의 집에 같이 살았던 고시생, 자신의 출근길에 항상 보던 그 누군가를 비롯해서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현실은 항상 이상보다는 가혹한 법이다.
이야기 속에서는 젊음을 즐기는 대학 교정의 학생들을 비롯해서 시간강사를 비롯해서 학교를 청소하시는 분들의 이야기, 삼수생 그리고 사회운동에 참여한 시위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상이 등장을 하게 된다. 그런 등장인물을 통해서 작가는 자신이 의도하는 것을 투영화 시켜 내보인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은 때로는 우리네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무시했던 그 누군가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까.
아무도 몰래 아주 오랜 시간동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물밑작업을 전개한 양춘단. 자신이 바라는 바는 허사로 돌아가서 중간에 그만두어 버리기는 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계속 하는 동안 단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었지만 대학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미지 안 하나로 그녀는 만족했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대학이 아닌가. 학생이든 아니든 그 무어가 대수겠는가.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대학에 매일매일 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웠을 것이다.
낙하산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차별을 하면 어떠한가. 자발적인 차별로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서 다른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비록 모든 것이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녀로써는 충분히 만족한 대학탐방이었을 것이다. 아니 탐방이라기보다 그녀는 그 대학의 일부로써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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