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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어렸을 때 우리집엔 일제 미놀타 카메라가 있었다. 커다란 하나의 렌즈가 달려있는 일안미놀타. 아빠전용 농장에 들어있던, 어딘가로 놀러갈때면 아빠 어깨에 메여 있던 사진기. 필름을 넣고 일일이 손으로 돌려서 감아야 하고 한 장을 찍고 나면 수동으로 다음장으로 넘겨줘야만 한다. 그만큼 사진기는 크고 비싼 사치품이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이후 필름만 넣으면 전자동으로 감기는 카메라를 거쳐 지금은 필름도 필요없는 디카에 누구라도 다 가지고 있는 핸드폰 카메라까지 이제는 그냥 필수품이 되어 버린 카메라. 그런 사진에 엃힌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카미앤은 그런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우리 주위에 누구라도 가지고 있을 법한 소재들 - 비블리아 고서당 때는 책이었다면 이번에는 사진이다. 고서를 중심으로 해서, 헌 책방을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를 그려내었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은 미수령 사진을 중심으로 해서 문을 닫은 사진관이 배경이 되고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후 운영하시던 사진관을 정리하러 온 마유. 엄마와 함께 오기로 했지만 엄마는 일을 핑계로 오지 않고 그녀는 결국 혼자 정리를 시작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한장의 사진으로 인해서 아키타카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한다. 주된 이야기는 아무래도 미수령 사진들이다. 사람들이 신청을 해놓고 찾아가지는 않은 사진들. 그 사진들을 보면서 주인을 찾아줘야 하나 망설이던 그들에게 사진의 주인들이 나타나게 되고 그 사진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된다.
사진을 전공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다른 친구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한 마유는 더이상 사진에 관심에 없고 사진을 찍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그를 만난다면 마유는 그에게 자신의 잘못을 말할 수 있을까. 화해를 청할 수 있을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아키타카도 중요하지만 오래전 자신의 실수로 인해서 잃어버렸던 친구 루이를 만나는게 지금은 더 급하다. 루이를 만난다면 그에게 마유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은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으니 내가 한 것이 아니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사진을 찍고 올린 건 나였으니까 일단은 내 잘못이 크다고 그래서 미안하고 사과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사과한다면 루이는 과연 그 사과를 받아줄까. 힘들었지만 결국은 마유였기 때문에, 그녀의 부탁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 노선도 바꾸었던 그였다. 루이는 마유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 틀어져버린 인생들이 다시 만나다면 한명은 그로 인해서 치유를 받고 다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또 다른 한명은 그로 인해 마음에 짐덩어리처럼 눌러져있던 고민을 내려 놓을 수 있을까.
[비블리아 고서당]과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고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하고도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일상 미스터리라는 분야 자체가 전반적으로 다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것일수도 있다. 소재만 다를뿐 삶은 비슷하기 때문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쫓는 이야기. 비슷하지만 새로운 소재를 만나면 또 새롭다. 그게 이 장르의 매력이 아닐까.
우리의 삶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담담하니 솔직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그려내는 깔끔한 맛. 온갖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지 않은, 조금은 심심한 듯이 느껴지는 그 맛이 바로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루이를 만난 마유. 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다음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시리즈로 죽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해진다.
게스트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해 본적이 있는가. 실제로도 가능한지 모르겠다. 한번 보고 그 자리에서 그사람에게 반하는 일이란 지극히 메마른 감성을 가진 나에게는 좀처렁 있지도 않은 일일뿐 아니라 이해도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긴 한가보다. 이 책의 주인공 또한 그러한 사랑에 빠진다. 물론 처음 보았을때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모르다가 계속 같이 지내게 되면서 어느 한 순간 확 불이 붙는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그닥 쉬운 일은 아니다. 가족과 함께 산다고 핵도 자신만의 방식이 다를때는 부딪힐 수 있고 그게 나이가 어릴때면 괜찮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생각이 뚜렷하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가족도 그런데 하물며 남과 함께 사는 결혼생활은 더더군다나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남녀가 한 곳에서 같이 지낸다는 것은 정말 공동의 목표가 있고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이 책의 원제는 paying guest이다. 게스트이긴 하지만 돈을 내는 즉 세를 사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2층집을 가지고 있지만 돈이 없어서 집을 관리하기 힘든 프랜시스. 그녀는 결국 엄마와 의논한 끝에 2층을 세 주기로 한다. 그리고 바버부부가 이사를 오게 된다. 아직 아기 없는 단 두명의 커플. 위층에 두명, 아래층에 두명. 다 합해서 네명뿐인 이 집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집을 꾸미는 거을 보면 그 사람을 알수 있다고 하했던가. 조금은 고전적인 보수적인 프랜시스 모녀의 집에 바버부부가 이사오면서 집은 조금씩 달라진다. 2층에 자신의 방이 있어서 올라가야 하는 프랜시스에게는 세를 준 부부의 거실이 그야말로 입을 다물수 없을 정도이다. 싸구려 장식품들이 그득한 그들의 공간.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화장실이 부엌을 거쳐 나가서 밖에 있는 관계로 누군가 부엌에 있을때 위층 부부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 남편은 프랜시스가 요리를 하고 있으면 이런 저런 말을 건넨다. 그러면서 서로를 알게 된다. 부인인 릴리안은 프랜시스와 친해지고 어느 순간부터 친구가 되고 성이 아닌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게 된다. 잔잔하게 삶을 그려내던 이야기는 어느새인가 프랜시스와 릴리안 둘만의 사랑이야기에 핀트가 맞춰진다.
영화 '아가씨'의 원작이라는 [핑거스미스]에서도 동성애적인 요소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책도 같은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것이 꼭 남녀간에 일어나는 일일수는 없겠지만 동성간의 사랑은 이성간의 사랑에 비해 잘못된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관계를 통해서 안 좋은 질병이 생겨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잘은 모르겠다. 예전에는 게이친구가 있었고 그들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할것도 같았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하나다. 자신들은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라고 말이다.
프랜시스는 전에 사랑하는 애인이 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엄마의 반대로 헤어졌지만 지금도 가끔씩 그곳에 들러서 그녀를 보고는 온다. 이미 다른 사람과 살고 있는 그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편안함을 느끼는 그녀이지만 엄마의 말을 거역하지는 못한다. 이제는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유부녀를 좋아하게 된 프랜시스. 엄마의 기준으로 보자면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다. 결국 그들의 사랑은 엄마에게도 숨겨야 하는 일이고 릴리안의 남편에게도 숨겨야 하는 일이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사랑말이다.
그냥 동성애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끝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하나의 사건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다. 이 책의 뒷부분, 거의가 법정소설을 방불케한다. 둘이서 사건에 휘말리고 그러면서 증거를 숨기고 거짓말을 하고 형사가 끼어들면서 그들의 관계는 급냉랭해진다. 단지 그들 둘이 행복하길 바랐을 뿐인데 그런 그들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코스이탈을 해버렸다. 결국 이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가 될 것인가.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밝힐 것인가 아니면 고이고이 묻어둘 것인가. 그들은 물론 그냥 가만히 사고사로 위장되길 바랐겠지만 그들을 향해 좁혀 오는 형사들의 집요함은 여느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을 준다. 생각꺼리와 논란의 여지를 상당히 많이 던져주는 게스트. 그냥 눈으로 읽고 넘기는 것이 아닌 토론용으로 삼기에 부족함 없는 책이 될 것 같다. 두께에 눌리지 말것.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히사이시 조'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이 사람이 만든 음악을 모르는 사람의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이 사람은 자신의 이름보다도 음악으로 유명한 음악감독이다. 다른 어떤 명칭보다도 나는 음악감독이라는 이름이 그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토토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등. 영상미도 좋고 주인공들의 이미지도 좋고 내용도 재미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신에 딱 맞는 음악들이었다. 음악들이 워낙 좋다보니 나중에는 그 음악만 들어도 그 장면들이 생각나곤 했었다. 그 음악들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이 히사이시 조 감독이다.
감독은 어떻게 그런 음악들을 딱 맞게 만들어서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었을까. 그의 작업방식은 어떠할까. 그가 만드는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했던 모든 것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만날수가 있다. 그라고 해서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음악작업에서 모든 곡을 만들어 놓고 딱 한곡을, 마지막 한곡을 못 만든 상황. 마감시간은 다가오고 어떻게든 만들어서 완성을 시키기는 했지만 영 만족지 못한 음악이 되어버리고 말았단 걸 볼때는 그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후로 그는 모든 곡을 완벽하게 만들기 보다는 한 음반에 들어갈 음악들을 다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놓고 이 곡, 저곡을 반복하며 완성을 한다고 했다. 아마도 전의 실수를 거쳤기에 터득하고 알게 된 것이다. 그가 일본영화 음악만 담당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영화작업도 같이 했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웰컴투동막골'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꽤 있었던 영화. 옥수수가 수류탄에 의해서 팝콘이 되어 눈이 오듯이 날아오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던 장면들. 그 장면장면 사이에 그가 만든 음악들이 들어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의 음악을 다시 듣어보기위해서라도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음악감독을 떠나서 직접 영화 감독으로 영화도 만들었다. 여러 방면에 다 뛰어난 그를 보니 팔방미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그가 한 말이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에 느낀것을 본인의 내부로 받아들여서 그것을 다시 음악이라는 소리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것을 직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모든 예술이라는 장르가 그렇듯이 똑같이 주어진 환경에 있지만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글이나 음악이나 그림으로써 표현하는 것이 예술가들이다. 예술가들의 직감이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법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또 느낀다. 물론 그것이 연습을 통해서 길러질 수도 있겠지만 뛰어난 예술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천성적인 것이 아닐까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버스를 타고 갈때 문득 라디오에서 들려온 옛노래에 감상에 빠질때가 있다. 그만큼 음악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금새 몸으로 느껴지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시각적인 영상은 전두엽을 통해서 흘러들어가지만 청각적인 소리는 바로 전달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짐작했지만 그 생각이 맞던 틀리던간에 음악에 연상이 저절로 되어지는 것을 부인할수는 없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기억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그는 처음에는 50에 은퇴를 하려고 했닥도 했지만 그 시간은 점점 더 뒤로 미루어지고 나이가 훨씬 지난 지금에도 훌륭한 작업을 하고 있고 좋은 음악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앞으로도 더 감각적인 그의 음악들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건강을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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