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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국을 보았다 두번째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 무언가 다른게 있을까. 궁금했다. 이미 저자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알고 있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소설도 아니고 두번째 이야기라니 처음에는 참 뜬금없다 싶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저자가 다른 사고를 당해서 같은 체험을 두번 했을리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던 책이었다. 대체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두번째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책을 낸 것일까.
한국에서는 전작의 제목을 그대로 땄지만 원제를 보면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좀더 명확해진다. 전작은 Proof of Heaven, 즉 천국의 증명이라는 제목답게 자신이 보았고 느끼고 체험했던 천국을 증명하듯이 직접 설명하고 있고 이번에는 The map of Heaven, 즉 천국의 지도라는 제목답게 길을 잃고 이 세상을 헤매고 있는 우리에게 어느 길로 가라고 길을 알려줄 지도다. 그것이 천국으로 향하는 지도라면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아무로 지도를 보는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흔들지리지 않고 헤매지 않고 바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과도 같은 존재가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전작에 비해서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아졌다. 뇌과학자인 저자답게 자신의 전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더하여 고대철학과 신비주의, 현대 과학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총망라하므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내주고 있다. 철학과 과학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므로 일단 까다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을 중간중간 나오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상쇄시켜 준다. 전작이 나오고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저자에게 보낸 편지와 메세지들이다.
그들은 자신들도 그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며 저자와 공감을 나누길 원했다. 자신의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 및 지인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저자의 경험이 꼭 한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모두에게 일어나지도 않지만 또 오직 한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의 죽음 또는 부모님의, 남편이나 아내의 죽음을 통해서 경험을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과학과 철학으로 뒤덮여 있는 사이사이 스며들어서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이 참고된 만큼 참고문헌도 상당히 많다. 다른 책에 비해서 많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총 7페이지에 달하는 참고문헌은 죽음과 꿈에 관한 책들로부터 환생탐험에 관한 책이나 기독교에 관한 책, 그리고 물리학과 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책들이다. 이 책을 읽은 후 좀더 자세한 내용을 원한다면 이 문헌들을 참고로 해서 다른 책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생각되어진다.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사람은 없다.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었다지만 그것은 의학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가 대부분이고 요즘은 그런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천국에 갔다 왔다거나 천국을 본 사람들은 틀림없이 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다시 무엇인가로 태어나는 윤회사상을 믿고 기독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라는 곳에 간다는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이라 하더라도 죽은 후의 일을 한번쯤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이글을 읽는 당신은 지금 어느쪽인가. 당신이 죽으면 당신의 인생은 그것으로 끝인가. 아니면 다시 반복되는가, 아니면 다른 세상에서 또 다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천국이 있다고 믿고 싶지만 과학적인, 철학적인 답변을 기대한다면 이 책을 참고로 해도 좋을 듯 하다.
굿걸
출판사 편집자들은 어디서 이런 데뷔작들을 속속들이 잘도 골라오는지 모르겠다. 기존 작가들이라면 충분히 위협을 받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뛰어난 데뷔작들이 전면부에 나서서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얼마전 읽었던 [인어다크,다크우드]를 비롯해서 이번 작품도 또 데뷔작이다. 데뷔작이라고 해서 그냥 대충, 만만하고 말랑말랑한 작품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큰 충격이 후반부에 도사리고 있다.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마치 '쉿!'이라고 말하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면을 보고 있는 표지가 스포일수도 있다. 저 표지는 분명 주인공일테고 그렇다면 저 주인공이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인데 이야기를 읽고 나니, 책장을 덮고 나니 진정한 표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좀더 유추하기 편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굿걸. 착한 아이. 아이들은 누구나 칭찬을 받기를 원할 것이다. 굿걸이라는 칭찬과 함께 머리라도 한번 더 쓰다듬을 받는다면 그날은 그 아이에게 있어서 가장 기분 좋은 날이 되지 않을까? 그런 아이의 바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굿걸. 반어적인 표현일수도 또는 주인공이 자기가 그렇게 불리기를 바랐던 단어일수도 있겠다.
현직판사의 딸이 사라졌다. 아무런 정보없이 협박편지도 없이 그낭 어느날 아무 소식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엄마는 당장 경찰에 신고하지만 판사는 의견이 다르다. 조금 지나면 스스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미아의 전적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일수도 있다. 굿걸이라는 단어와는 상반된 이미지. 어려서부터 말썽을 부렸고 사건을 일으킨것도, 그래서 아버지가 나서서 덮은 것도 여러개.
모범생이었던 큰딸과는 다르게 막무가내였던 둘재딸 미아. 그녀는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나가서 독립해서 살고있다. 학교에서 미술선생으로 일하는 그녀. 이제는 굿걸이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또 어디로 사라진 것일가. 엄마가 딸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친 어린아이같은 느낌이라 미아가 몇살인가 다시 확인해봤다. 스물다섯.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다. 엄마가 굿걸이라 부르면서 엉덩이를 토가닥거려줄 나이는 아닌데 엄마는 막내딸이 안쓰러워 내내 그런 시선으로 전개되고 있다.
엄마와 납치자의 시점 그리고 형사의 시점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전후로 해서 이야기는 전개가 된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섞여있는 셈이다. 또한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이야기를 하는 '나'라는 화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는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을 세부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구성으로 인해서 더욱 촘촘해지는 이야기. 미아는 누구에게 납치가 된 것이며 납치되었던 세달간 그녀는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했던 것일까.
이런 스릴러소설의 일반적인 편집과는 다르게 뒤쪽에 독서가이드를 구성해두었다. 열가지의 토론주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를 원하는 방식이다. 신선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리고 그냥 넘겨버릴수도 있었던 내용들이 나와서 책을 다 읽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다시 한번 앞부분을 보면서 어떻게 감정들이 달라졌는지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되었다.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미아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마지막에 나오면서 이 모든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다 뒤집어진다. 그녀는 과연 굿걸이었을까 아니었을까.
붉은 소파
이 표지를 보고 안 끌릴 사람이 누가 있을까. 표지만으로도 아주 강력한 첫인상을 깊게 남겼던 붉은 소파. 하지만 문학상 수상작품이라는 글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 노벨문학상이라던가 모든 문학상 수상작을 그렇게 찾아가며 좋아라 보지는 않은 성격탓이다. 어느정도는 대중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문학상 작품들은 또 믿고 보는 편이다. 서점대상수상작이라던가 나오키상 수상작들은 즐겨보고 믿고 본다. 일본의 수상작들은 대중적인 것일까.
문학상 수상작이면서도 추리소설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추리소설은 문학상의 범주에 들지 않거나 또는 다른 분야로 추리소설만의 상을 만들때가 많다. 그래서 추리소설쪽에서 상을 받은 작품들은 또 믿고 보는 편이다. 아마도 이 소설은 추리와 문학의 중간치라 생각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다.
여기 붉은 소파가 하나 있다. 사람들은 이 소파에 앉아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 이 소파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사진작가 석주. 그는 붉은 소파가 아주 잘 보이는 이층 가운데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사진만 찍는다. 그는 왜 이런 기이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이것도 작품의 일종일까.
그는 오래전 사랑하는 딸 은혜를 잃었다. 그것도 이 붉은 소파 위에서 말이다. 범인은 그녀를 이 소파위에서 죽였다. 연쇄살인의 피해자가 된 그녀를 죽인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공소시효도 끝난다. 그는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서 딸의 죽음을 복수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사진을 통해서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런 그에게 시체를 찍어달라는 의뢰가 온다. 나영이라는 이름의 형사을 본 순간 석주는 숨이 잠깐 멎는다. 자신의 딸을 꼭 닮아서였다. 생판 남인 그녀가 왜 자신의 딸을 닮았는가. 어떠한 이유로 닮았는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그는 자신의 딸과 느낌이 비슷하다 정도로 여기고 만다. 그 모든 비밀이 밝혀지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영이 가져온 사건은 사진작가의 특유의 눈설미와 감각으로 범인을 잡게 된다. 첫 사건을 해결했을때만 해도 그냥 그런 추리소설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쇄적으로 일어난 사건을 추리하면서 점점 빠져들게 된다. 일면 303사건이라고 불리는 연쇄살인사건. 물론 그 사건에 얽힌 여자들이 다 죽지는 앟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건은 계속 조사중이다.
사건이 하나씩 풀려가면서 놀라운 상황들을 알게 된다. 딸인 은혜와 아버지인 석주사이의 관계 그리고 석주가 찍었던 사진집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나영과 석주와의 관계, 계속 의심하고 있었던 사위와 석주의 관계등. 등장인물들간의 관계들이 아주 잘 꼬여있다. 그것을 하나둘씩 풀어내어 저마다 독립적인 존재로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것이 풀려지는 순간 이 이야기도 끝이 날 것이다.
그 관계들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의 이념이라던지 또는 사람의 열망, 또 사람이 가진 탐욕등 모든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문학인듯 추리인듯 딱 한 영역이라고 정할수는 없지만 순식간에 읽혀버리는 소설. 왜 상을 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수상작이라 불리워야만 할 작품임에 틀림없다. 한마디로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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