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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며, 노인 건강관리 시스템의 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미 초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다양한 헬스케어 정책과 지역 돌봄 시스템을 통해 선진화된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일본의 노인복지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이 당면한 고령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방향으로 헬스케어 시스템을 설계해나가야 할지를 제안합니다.
일본 사례로 본 헬스케어 통합 시스템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 제도를 도입하며 헬스케어와 간병의 통합에 성공한 대표적 국가입니다. 특히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중심으로 고령자가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의료, 간병, 복지, 주거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며, 민간·공공의 협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일본은 노인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조율받을 수 있는 ‘케어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령자의 개별 상태에 맞춘 맞춤형 돌봄을 제공합니다. 또한 ICT 기반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과 개호 로봇, 방문간호 등의 기술과 서비스가 결합되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의료와 돌봄이 분리돼 있어 노인의 전인적 건강관리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일본의 사례처럼 지역 기반 통합 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 강화와 재정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며, 돌봄과 의료를 아우르는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돌봄의 공공화: 가족 중심에서 사회 중심으로
한국은 여전히 노인 돌봄의 많은 부분을 가족이 떠맡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에게 집중된 간병 부담은 돌봄의 질 저하와 사회적 불평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됩니다. 이에 반해 일본은 '간병의 사회화'를 실현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일본의 개호보험은 40세 이상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며, 노인이 요양등급을 받으면 국가가 간병 비용의 70~90%를 부담합니다. 방문 요양, 방문목욕, 주간 보호 등 다양한 재가서비스를 통해 가족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노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간병인을 위한 교육, 표준화된 매뉴얼, 간병기기 도입 등도 일본 복지 시스템의 큰 장점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일본의 경험을 참고해 '지역사회 돌봄'과 '공공 간병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돌봄 노동에 대한 공정한 보상, 간병 전문 인력 양성, 가족 간병자 지원제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구조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정책적 방향: 예방 중심과 자립 지원 확대
일본은 고령자의 자립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으며,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65세 이상 고령자는 정기적으로 기능 평가를 받고, 체력 저하 징후가 발견되면 바로 운동교실이나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걷기 모임, 요가, 식습관 개선 프로그램은 사회적 고립 예방과 건강 증진에 동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사회 참여형 노인 복지’ 개념을 통해 고령자에게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 스스로가 복지 시스템의 일원이 되도록 장려합니다. 지역 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거나, 일자리 지원센터를 통해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돼 있습니다. 한국은 예방의료에 대한 인식이 낮고, 대부분의 헬스케어가 질병 치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건강검진과 연계된 예방프로그램 강화, 지역 커뮤니티 중심 건강관리 활성화, 고령자의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유인이 필요합니다.
2024년 한국의 고령사회는 단순히 ‘노인 인구 증가’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돌봄과 헬스케어 전반을 재설계해야 할 전환점입니다. 일본의 선진 사례는 통합형 복지 시스템, 간병의 사회화, 자립 중심 예방 정책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도 '병원에서 커뮤니티로, 보호에서 참여로'의 복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진정한 고령친화 사회를 준비해야 합니다.